움베르토 에코의 저명한 소설 '장미의 이름' 에는 회자되는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라."
이 책의 등장인물인 윌리암 수사에 따르면
그들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 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하게는 진리를 위해 '죽일' 수 있는 자를 경계해야 합니다.
무릇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진리는 자기 부인입니다.
섬뜩할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를 죽이는 것이 신앙의 첫 걸음입니다.
나를 부인하고 새로운 나로서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리를 위해 자신을 죽일 수 있어야 진리를 누리게 됩니다.
이런 자기 부인이 없는 신앙은 끊임없는 자기 확장의 재생산이라는
경로를 걷게 됩니다.
자기 부인 없는 신앙은 늘 타자를 부인합니다.
한번은 <런던타임즈>가 저명한 작가들에게 "
이 세상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동일 주제로
에세이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중 한 사람이 체스터턴(G.K, Chsterton)입니다.
그의 대답은 역사상 가장 짧고도 가장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나입니다" (I am)
가롯 유다 딜레마/ 김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