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골프 선수를 사랑한 여인이 있었다. '내 남편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여인은 매일 남편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남편이 솔로몬처럼 지혜로운 골프 선수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멋진 남자가 되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한번도 예수를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크리스천의 삶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줬다.
골프연습장 레슨 코치로 일하던 남편의 가슴에는 이런 아내의 기도 모습이 깊이 각인됐다. 프로골프 선수가 된 후에도 아내의 기도를 항상 생각했고, 그 기도대로 하나님의 사람이 됐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7승을 달성하며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됐다. PGA에서 맹활약 중인 프로골프 선수 '탱크' 최경주(38)와 김현정(37·집사)씨 부부 이야기다.
최 선수와 김씨는 1992년 한 교회 목사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단국대 법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씨는 최 선수와 만나면서 남자 동기나 선배들에게 느낄 수 없었던 진지함과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태도가 너무 믿음직스러웠다고 한다. 두 사람은 3년간 연애한 후 결혼에 골인했고 2남1녀를 뒀다. "사실 믿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밤새도록 남편이 교회에 다니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요. 지금은 남편이 예수님을 믿고 복음을 전하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 선수는 자신이 골프 선수 생활에서 이처럼 달란트를 발휘하며 살게 된 것은 아내의 간절한 기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며 안정을 찾았다. 하루 세 갑 피우던 담배와 술도 끊었다.
"아내가 흘린 눈물의 기도가 바다가 돼 제가 이렇게 골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같습니다. 복받은 사람이지요. 아내의 기도 소리를 듣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희망같은 걸 느끼곤 했습니다."
최 선수는 지난 9일 서울 온누리교회(담임목사 하용조) 양재동 성전에서 집사 안수를 받은 뒤,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골프 선수를 해 왔다고 간증했다. 그리고 자신이 신앙 안에서 올바로 생활하는지 조언자가 돼 주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골프 경기를 하면서 찬송가를 부르거나 성경 구절을 외우면서 걷지요. 외우지 못할 때는 아내가 써 준 성경 구절 쪽지를 보고요. 하나님 사랑이 식을 틈이 없다니까요. 하하…."
서울에서는 온누리교회, 미국에서는 휴스턴침례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최 선수는 부인 김씨와 함께 매일 새벽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골퍼지만 언제나 주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한다. 두 사람은 앞으로 북한에 교회를 세울 비전을 갖고 있다. 언제가는 북한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골프를 가르치고 싶은 게 소망이다.
"필드의 전도사로 살고 싶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인생 목표이기 때문이지요"라고 부부는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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