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일 새벽 4시, 어둠이 젖은 옷처럼 축축한 시간에 건축현장으로 들어섰습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십자가 모양으로 잘라낸 벽사이로 유난히 크고 밝은 새벽별 하나가 반짝입니다. 문득 ‘나는 광명한 새벽별이라’ 하신 계시록의 말씀이 떠올라 한참동안 그 별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강단 쪽으로 올라 가 봅니다. 어둠을 걷어 낸 자리에 우뚝 선 예배당 건물은 거대한 성처럼 그 위용을 자랑합니다. 스러져간 4개월의 시간만큼 그 높이와 넓이를 드러내는 예배당을 바라보며 이 장소를 통하여 이루어나갈 주님의 계획을 그려봅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이 놀라운 사역에 저희를 세워주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니 심장이 터질 듯 부풀어 오릅니다.
첩첩산중을 넘는 인디오 사역 중에 생 발톱이 4개나 빠지고, 극심한 무릎 통증으로 어두워지는 산속을 네발로 기어오를 땐 죽도록 힘든 일만 맡기시는 주님이 야속하기도 했었습니다. 극빈자에다 불법체류자들로 구성된 쁘레까리오 지역 선교 초기부터 가진 종합사역의 비전은 도무지 이루어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코스타리카 신학교가 사역비 부족으로 난항을 겪다가 중도에 문을 닫아야 했을 때의 안타까움은 오래도록 저희의 맘을 뻐근하게 했습니다. 이렇듯 지난 20여년의 세월동안 끊임없는 시련과 연단으로 담금질하신 것은 주님의 시간에 적합한 도구로 사용하시고자한 계획이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세상에 붙잡힌바 되어 푯대를 상실한 중남미 목회자들을 변화시켜 몸 된 교회를 든든히 세우길 원하시는 주님의 깊으신 뜻을 깨닫습니다.
“이곳에다 1천석 예배당을 짓겠노라”고 박성도선교사가 선포를 한 것은 약 2년 전 니카라과 신학교 개학예배 때였습니다.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에서 만난 중남미 목회자들에게서 절실히 느꼈던 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도중이었습니다. 신학교 건물을 지으면서 혼자서 모금하랴 건축하랴 지칠 대로 지쳐서 이제 다시는 건축 안한다, 라고 굳게 다짐하던 터였는데,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이 나와 버린 것입니다. 얼떨결에 말은 했지만 내심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후원할 만한 사람들은 이미 신학교 건축 때 다 협력해버려 더 이상 도울 사람이라곤 없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사정에 가당키나 하겠냐며 수 년 후에나 성취될 일로 단정 짓고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1년 반 만에 주님이 응답하셔서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저희 부부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눈 앞에서 서서히 그 규모를 드러내는 예배당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너무 훌륭하다고 감탄합니다. 그리곤 이 넓은 자리를 어떻게 다 채울 거냐고 염려합니다. “내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니 너희는 잠자코 그가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바라보라”고 박선교사는 대답합니다.
20여년 현장 선교를 하면서 선교비전이 일치하는 교회를 만나기가 소원이었는데 같은 비전을 가진 어린양교회와 갑작스레 연결이 된 것은 니카라과 사역을 기뻐하시는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미 수년간 중남미 선교의 경험과 이해를 가진 어린양교회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저희의 숙원이던 종합교육사역이 단계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먼저 일차적으로 중남미 목회자의 변화와 재교육의 시급함에 양자가 동의하여 국제적인 세미나 시설을 갖추기 위한 기본준비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중심 건물이 될 예배당 건축의 첫 삽질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 사역의 청사진을 그려놓고 온 교회가 일치하여 사랑과 정성을 쏟는 모습에서 감지한 간절한 선교의 염원은 저희에게 힘과 도전이 되었습니다. 최고의 시설과 최상의 서비스, 적절한 프로그램으로 확실한 열매 맺는 사역을 추구하시는 김수태 목사님과 온 몸이 땀띠와 습진, 피곤에 절어도 온종일 공사 현장에서 직접 지휘, 감독하는 박성도 선교사, 두 분의 헌신과 협연으로 탄생될 멋진 작품이 이상적인 협력선교의 모델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주님께 영광 돌릴 목적이 분명한 선교 비전을 함께 바라보며 현장과 후방에서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신실한 동역자로 붙여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월 17일엔 어린양교회 청장년 단기선교팀 32명이 현지교회 3곳을 방문해서 미용과 즉석사진촬영, 매니큐어, 의료사역과 드라마 등으로 불신자 전도에 한 몫을 했습니다. 또한 부채춤과, 가야금, 소고 등 다양한 고전악기들을 연주하여 호기심 어린 새로운 사역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 문을 활짝 열 수 있었습니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고 피곤한 뉴욕 생활에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모여 연습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손발이 척척 잘 맞는 것이 준비를 많이 했음을 알게 했습니다. 중고생들이 리더하는 어린이 성경학교 사역 위주의 일반적인 단기선교의 인식을 깨고 청장년팀이 주축이 되니, 학생 팀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신앙의 연륜과 각 순서가 던지는 메시지가 더욱 강열하게 전해졌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부채춤과 국악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현지인들의 아름답다는 찬사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집회 마지막엔 기도의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가 앞으로 나와 선교팀과 함께 어우러져 뜨겁게 기도했습니다. 비록 외모는 다르고 언어는 달라도 같은 믿음, 같은 주님의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자매임을 확인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만날 땐 서먹해 하던 그들이었지만 헤어질 땐 언제 또 오느냐,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오라며 부둥켜 안고 작별을 아쉬워하여 떠나오는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습니다.
요즘 저희 부부는 여러 가지 사역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한 일주일쯤 전 일인가 했는데 손꼽아보면 벌써 한 달이 지나있곤 합니다. 지금 박성도 선교사는 코스타리카에서 일리노이 지역 미국인 의교선교팀과 치리뽀 까베까르 인디오부족교회들을 방문하고 2월 12일에 니카라과로 돌아옵니다. 2월 16일엔 신학교가 개강을 합니다. 올해는 대졸출신에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학력의 신입생들이 등록을 많이 했습니다. 과목도 영어, 컴퓨터에다 신학과를 몇 과목 더 늘렸습니다. 전 장신대학장 박창환 박사님과 22년 현장에서 뛰는 박성도 선교사, 그리고 현지인 교수 6명을 포함한 8명이 강의를 담당합니다. 무학력 목회자들을 양산하는 1천5백개 교단 중에 소수의 큰 교단에서 목회자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그 수준이 너무 낮아서 공부할 만한 데가 없다는 고학력자들이 공부하고 싶어지는 명망 있는 우수한 신학교로 발전시키고자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한 미국선교사가 목회하는 교회에 다른 미국 선교사가 방문하여 유창한 스페인어로 설교하는 것을 들으니 무척 부러웠습니다. 우리 신학교에도 머잖아 한국선교사가 와서 유창한 스페인어로 직접 강의를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4월엔 연례행사인 현지 목회자 세미나가 있으며 김승곤 목사님, 박의훈 목사님, 박경환 목사님을 강사로 모십니다.
부족한 저희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해마다 많은 일을 감당케 하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십 수 년 동안 늘 변함없이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 사역을 지원해 주시는 모든 교회와 주님의 지체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수년간 매달 첫 날이면 어김없이 사역비, 장학금을 보내며 이름도 없이 섬기시는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단기선교로 와서 함께 땀 흘리고 수고하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기에 사역이 지속되고 사역이 지속되기에 많은 결실도 볼 것을 기대합니다. 덥고 메마른 환경에다 아직도 잔재하는 내전의 상흔과 일용할 양식도 부족한 가난에 찌들린 니카라과 빈민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전해지는 여러분의 사랑이 저들의 메마른 심정을 촉촉하게 적시는 물꼬가 될 것입니다.
*기도제목* 1. 신학교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2. 좋은 교수, 좋은 학생들이 되도록 3. 장학금 후원이 늘어나고 신학교 재정이 부족하지 않도록 4. 예배당과 체육관, 기타 모든 공사가 잘 마무리 되도록 5. 4월 목회자 세미나 참석자들이 은혜 받고 삶에 변화가 있도록 6. 가장 더운 시기인 4월 세미나 담당 강사 목사님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2011/02/06 니카라과에서 박성도, 박순옥, 박태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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